루디아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(때리느라 숨이 가빠하지도 않고) 그를 가만히
내려다보더니, 발을 들어…
퍼억!
…걷어찼다. 가련한(이제는 정말 불쌍해졌다) 트리스탄은 횡 하니 나가떨어졌다.
비명도 못 지르고 말이다. 아니, 맞는 순간 기절해버렸을지도 모르지.
"루, 루디아 경!"
잔뜩 질려서 얼이 빠져있던 랜버트가 황급히 말리려 들었다. 하지만 루디아는
한 손을 들어올렸다.
"끼여들지 말아주십시오. 이것이 제 방식이니까요. 저 썩어빠진 사고방식을
고치면 이로운 것은 근위기사단이 아닙니까?"
정중한, 하지만 거부를 용납하지 않는 목소리. 랜버트는 메두사라도 본 양
돌처럼 굳어버렸다.
"하지만… 더 때리면 죽을지도 모르는데…"
겔란도가 소근거렸다. 나는 단호하게 말해주었다.
"말리고 싶으면 네가 말려."
"…그건 싫어. 그런데 넌 왜 말리기 싫은데? 너도 겁먹은 거야? 그렇잖아?"
"그럴 리가 있겠냐."
단지 저 여자의 방식에 감동했다고나 할까? 뿐만 아니다. 저 가느다란 팔에서
나오는 믿어지지 않는 강력한 일격, 어디서 오는 공격이라도 막거나 피해내는
유연한 움직임, 다른 사람의 장단점을 꿰뚫어보는 안목과 그 바탕의 지식, 또
사정을 두지 않는 철저함.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강인한 전사의 상(相)…
검을 가진 예술가의 면모. 함부로 손을 뻗어 막고 싶지 않다. 그 아름다운
검술을 감상하고 싶을 뿐이다.
결국 루디아는 그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널브러진 트리스탄 앞으로 걸어가서,
콱 밟아버렸다. 사정없이.